19/6/00 5:42 am 作成・更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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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共同宣言書

남북공동선언서






[시론] 가거라 미움이여



반갑습니다. 보고 싶었습니다. 순안공항 위로 초여름 하늘이 푸르고 그리운 북녘 산하, 뜨거운 환호를 보내는 동포들의 모습은 낯익고 정겨운 바로 우리 이웃의 모습이었다.

빨간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활짝 웃는 저 소녀들, 꽃보다 아리따운 우리의 딸이고녀. 이별이 너무 길었다. 증오와 불신이 너무 깊었다.

외세가 가로질러 놓은 철조망에 걸려 귀한 생령들이 무참히 찢기고, 한가지에서 돋아났건만 찬바람에 흩날려 가는 곳을 모르는, 낙엽처럼 흩어진 이들의 가슴에는 서리서리 한이 맺혔다.

새벽 이슬에 잠방이 적시는 오뉴월의 농부에게 자본주의는 무엇이며 식량을 찾아 얼어붙은 두만
강을 몰래 건너는 굶주린 아이에게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우리는 과연 그 무슨 주의를 위해 서로의 가슴에 방아쇠를 당겼던 것인가. 고통과 야만의 시간이 참으로 지루했다.

그 세월동안 돌 위에 돌 하나 포개져 있지 않은 초토 위에서 남과 북은 모두 경이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평등의 가치를 중심에 두었던 북과 달리 남은 부정부패와 독재 등의 시행착오 중에서도 부단히 자유를 확대하고 경제적 풍요를 신장시켜 왔다.

정치체제를 달리 했을지언정 한민족 우리의 피땀으로 일궈낸 소중한 생산물이다.

결코 훼손당할 수 없는, 이 땅을 가꿔갈 후손들이 지키고 보듬어야 할 우리의 재산이다. 그리고 남과 북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슷한 시기에 식량난과 경제난에 급습당했다.

'가난한 평등' 과 '타락한 자유' 를 성찰하는 기회를 맞아 이제 모두 성공적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있는 중이다.

아,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만났다. 그토록 고대하던 하늘 길이 열리고 제한적이나마 뱃길이 열려 있고 드디어 땅의 길이 열리려는데, 이 상서로운 날을 우리 모두 온몸으로 기뻐하며 노래하자. 한강물 일어나 춤추고 백두.한라도 감격하라. 언덕에, 들에 소리없이 숨어있는 씀바귀꽃.노랑제비여. 멧새.박새.어치, 동굴 안의 박쥐들이여. 이 만남을 함께 축복하라.

오늘이 있기까지 이 산의 눈물방울 강을 이뤘으며 평화통일을 간구하다 신음하고 숨져간 이들의 한이 남도의 짓붉은 황토 속살로 붉어 있다.

89년 서울역에서 평양행 기차표를 사는 날을 꿈꾸며 바람처럼 평양을 다녀온 후 법정에 섰던 문익환 목사는 '적을 찬양 고무한 죄' 를 묻는 검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서로 찬양해야 합니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장점을 칭찬해야 통일이 다가옵니다.

그렇다. 우리 이제는 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는 어리석은 소모전을 그쳐야 한다.

새 천년 올해의 분단비용이 14조4천여억원으로 국가 총예산의 16.7%를 차지한다. 군비경쟁은 대칭적인 것이므로 북한 또한 사정이 대동소이하다. 탈냉전 시대 흐름을 역류하는 이 부끄러움을 어이하랴. 반세기 동안 지치지 않고 도요새와 무명조개가 물어뜯으며 다투는 사이에 편하게 살찐 어부는 누구인가. 강대국의 군수업자와 그들 국가이다.

분단의 덫에 옥죄인 한민족의 몸은 이렇게 여위어 가는데 도무지 우습지 않은가.

남과 북의 모든 참혹하고 비인간적 현상의 근저엔 분단비용이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 모두 직시해야 한다.

이제 그 천문학적 재물을 미워하는데 쓰지 말고 서로 도와주는데 쓴다면 이 아니 좋으랴. 장준하 선생의 사자후가 들려온다.

그렇다. '모든 통일은 선이다'. 이념에 앞서 보다 소중한 것은 민족의 삶인 것을. 모름지기 땅에서 넘어진 자는 땅을 짚고 일어나야만 한다. 외세를 핑계대는 것은 못난 짓이다. 분단은 외인 못지않은 강고한 내인으로 인해 지속돼왔다.

적대적이었지만 또한 상호의존적이기도 했던 남북의 정치도 이제 변화를 겪고 있다. 더불어 우리도 쇠붙이처럼 굳어진 마음의 미움부터 녹여야 할 일이다.

그래,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 속에서 움터야 한다. 바라건대, 가거라 미움이여. 금빛 날개를 달고 저 멀리 창공으로.

나는 가고 너는 와야지. 나는 철조망 너머 터진 발 끌며 네게로 가고 너는 지뢰밭 지나 절뚝거리며 내게로 와야지. 이것밖에 우리에겐 딴 길이 없으니.

노시인의 소망대로 이제부터 열심히 너는 내게로 오고, 나는 네게로 가자꾸나.

류시춘</font>

2000. 06. 13.중앙일보사설


南北首脳会談6/13
南北共同宣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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